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망한 회사, 며느리가 살렸다…66조 시장 흔든 '불닭볶음면' 신화

3,926 0 2024.01.08 00:01
미국 월스트리트저널(WSJ)이 ‘K라면’ 대표 브랜드인 불닭볶음면의 성공 주역으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(옛 삼양식품그룹) 부회장을 집중조명했다.

6일(현지시간) WSJ에 따르면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, 앨버슨 등 대형마트에 진출해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프리미엄 라면 중 판매량 우수 제품 중 하나다.

전 세계 매운맛 열풍을 주도한 불닭볶음면은 라면계의 터줏대감 격인 마루짱 또는 닛신보다 한층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.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. 일반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(SHU)는 4404로, 타바스코소스보다 두 배 맵다.

대형마트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상품책임자는 “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,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”고 말했다.

불닭볶음면의 히트로 지난해 코스피가 19%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의 주가는 70% 뛰었다.


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면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. 연합뉴스

전 세계 고추 연구…“이례적 며느리 성공 신화”
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 라면 시장은 5년 전보다 52% 불어나 지난해 약 500억 달러(약 66조원) 규모로 성장했다. WSJ는 전 세계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부회장을 소개했다. 또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고 평가했다. 그러면서 불닭볶음면 탄생 비화를 전했다.

김 부회장은 고교생 딸과 함께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을 산책했던 2010년 봄,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‘극도의 매운맛’ 라면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.

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인데도 그릇을 깨끗이 비운 손님들을 목격하고는 매운맛에 대한 열정이 궁금해진 것이다.

곧바로 김 부회장은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각각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왔다고 한다.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.

몇 달이 걸려서야 최적의 맛을 찾을 수 있었다. 김 회장은 “처음 시제품을 시식했을 때 (매워서) 거의 먹지 못했지만, 오래 먹다 보니 갈수록 맛있고 익숙해졌다”고 말했다.

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.

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(故)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. 기업 경영 경험이 없었던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. 이후 저렴한 대파와 팜유를 찾기 위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지를 뛰어다녔다. 김 부회장은 “당시는 절박감만 있었다”고 회고했다. 경영이 안정화된 뒤에는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불닭볶음면 신화를 탄생시켰다.

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“삼양은 거의 망한 회사였었다”면서 “삼성과 LG, 현대 등 대부분 대기업을 창업주의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이례적”이라고 분석했다.

한편, 김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 영상에서 “우리는 지난 60여년간 도전의 역사, 최초의 기록을 항상 만들어왔다”며 “앞으로의 3년을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길이 평탄치 만은 않을 수 있지만, 이 씨앗이 놀라운 결실이 되는 날을 반드시 보여줄 것”이라고 밝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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